본문 바로가기
  • Curatorial Story
  • About Contemporary Art
Artist Review

고지은 개인전 <아트랩 : 인큐베이팅> 리뷰 “인공배양 artificial culture”

by Rain Spell 2024. 4. 7.

 

 

 

고지은 개인전 <아트랩 : 인큐베이팅> 리뷰 인공배양 artificial culture”

 

고지은의 <아트랩 : 인큐베이팅> 작업에는 다양한 배양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배양물을 담고 있는 인큐베이터 또한 여러 가지 형태로 등장하는데 전시장 가운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다섯 개의 대형 인큐베이터 안에는 연두색의 기괴한 형태의 물질이 빛, 소리와 함께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인다. 벽 쪽에 붙은 배관용 파이프에는 투명한 관이 연결돼 파이프 안에서 배양되는 물질을 쉽게 관찰 할 수 있다. 더불어 여러 형태의 생물 같은 인공물들이 전시에 등장하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물질들은 변이 과정에서 껍질만 남거나, 자가 증식, 혹은 자기 파괴 등 복잡한 과정 속에서 다양한 형태들로 드러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건설현장이나 집수리에 사용하는 폴리우레탄폼을 이용해 뭉글뭉글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채색을 한 것으로 작가가 배양하는 모든 물질이 유기물이 아닌 인공물이다. 작가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관 속에서 애초 원형의 물질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이하는 것을 상상하고 그 변이 과정 들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의 배양물은 모두 연두색이나 녹색을 띠고 있는데 이 녹색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구축한 인공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듯하다.

 

 

 

작가는 마치 자신이 실험실의 연구원처럼 물질을 배양하고 키우고 변이 과정을 기록하지만 실제 연구원들과는 달리 자신의 상상 속에서 있는 배양물의 형태를 손수 만든다. 실험실 연구원들은 가설을 세우고 자신이 만든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등을 실험하게 되는데 이와 다르게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상상한 과정 모두를 직접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면 무의미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이 행위는 어쩌면 예술가의 사명일지도 모르겠다. 무용한 형태, 대상을 제시하고 의미와 해석의 여지를 관객에게 던지는 현대 미술, 작가의 의도는 대화를 통해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의도를 차치하고서도 형태와 대상을 만드는 그의 행위는 마치 거울을 보듯 우리의 모습을 그 속에서 발견하게끔 만든다.

 

 

 

현대의 기술은 대부분 연구실에서 만들어 진다. 그리고 얼마 전 겪었던 코로나 팬데믹과 팬데믹을 이겨내기 위한 백신 또한 연구실에서 만들어졌다. 연구실은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혹은 변이를 일으켜 목적에 적합한 대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물질들은 어떻게 보면 실제로 인간 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이익을 창출하는 상품이 된다. 작가는 실제 쓸모가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대신 자신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행태를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친환경적이라고 광고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녹색 포장 용기에 담겨 자연에 무해하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잘 팔리기 위한 상품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작가의 배양물들 또한 대부분 녹색을 띠고 있는데 작가는 이것들이 살아있다고 주장하지 않지만 관객은 우리의 편견과 선입관을 통해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의도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는 앞서 말했듯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건설 재료를 통해 작가는 이것이 인간이 만든 것, 인공물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기술의 발달과 자본주의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예술의욕과 기술은 언제나 맞물려 인류를 변화시켜 왔지만 최근의 자본주의는 어느 때보다 기술을 고도로 발전시켰다. 만들어 지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고 상품은 수익을 위해 판매된다. 인간 삶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실험이 있겠지만 결국 실험실에서는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 수도 있고 인간에게 해로운 어떤 것을 만들 수도 있다. 고지은 작가는 어쩌면 연금술사들이 물질을 결합해 금을 만들고자 실험한 것처럼 자신이 구축한 세계 속에서 무용하지만 의미있는 무엇을 만들고 싶어한 것은 아닐까?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여러 가지 해석을 시도하던 중 바이오아트를 떠올려봤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사용한 작품 혹은 3D프린터 등으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인 것처럼 보이는 작품들을 떠올려 본다. 바이오아트는 생명을 다루면서 혹은 생명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들과 유사하게 고지은은 자신의 실험실을 통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한 태도를 비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인공 재료와 한편 조악해 보이는 모습을 통해 작가가 제작해 보여주는 것은 모두 인공물Artifact 이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실험실에서 실제 연구원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주며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가상의 생물들이 어쩌면 허구적인 것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작가는 인공물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며 결국 이 인공물Artifact이 예술Art이 되면서 예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묻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작가는 영상 작업 또한 손수 진행하며 영상과 사운드, 자신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형태들을 유기적으로 이어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을 의도했다. 전시의 시작과 끝을 미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축하면서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해서 지금까지 구축한 세계관을 확장시켜 더욱 장대한 작업을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0123456789101112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