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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Art

또다른 ‘우리’를 만들기, ‘동아시아’

by Rain Spell 2024. 4. 16.

AI가 만든  한중일 작가들이 원탁에서 비빔밥을 먹으면서 논의하는 이미지

 

이글은 2023년 7월 30일 동양일보 풍향계에 게재한 글입니다. 동양일보 게재 링크는 글 아래에 있습니다

 

또다른 ‘우리’를 만들기, ‘동아시아’

90년대 초반 중국이 개방하면서 냉전의 와해와 함께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 블록의 가능성 등을 이야기하는 ‘동아시아’ 담론이 활발히 논의 되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2014년 한중일 문화장관들은 매년 각국의 도시를 바꿔가며 교류를 약속했고 ‘동아시아문화도시’라는 타이틀로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나는 전주문화재단으로부터 ‘동아시아문화도시’ 한중일 교류전시 기획을 제안 받고 7월 14일 전시를 오픈했다. 전시의 미션은 한국 전주, 중국 청두와 메이저우시, 일본의 시즈오카현 작가들을 섭외하여 전시를 여는 것이었다. 나는 중국 작가들을 섭외하고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고 일본 시즈오카현의 작가들을 섭외하기 위하여 교토에서 활동하는 독립기획자 지인에게 큐레이터 역할을 제안해 전시를 진행했다. 청주시는 2015년 중국 칭다오와 일본의 니가타와 함께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되어 교류를 했고 22년에 동아시아문화도시 포럼을 문화제조창에서 개최한 바 있다.



2013년 나는 “동아시아의 공통감 Common Sense of the East"라는 제목으로 대만, 일본, 한국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다. 이 전시가 열릴 때는 ‘동아시아’ 담론이 활발하게 논의 되던 때였고 각국은 보수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 10년 전이지만 지금과 분위기는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전시를 통해 나는 ‘동아시아’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서구인들과 달리 외형적으로 닮아있지만 역사적으로 굴곡이 많은 ‘동아시아’ 각국의 삶을 돌이켜 보고 쉽지 않은 관계 속에서 예술을 통해 어떻게 교류하며 ‘동아시아’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지 등 여러 가능성을 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전시를 통해 결국 자본주의라는 체제 아래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고 초청한 작가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전주 전시를 제안 받자마자 나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독립기획자 지인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각 미술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들에게 작가 추천을 요청했다. 청두시는 중국에서 네 번 째로 큰 도시로 미술활동이 활발히 벌어지는 도시였기에 아주 많은 작가 리스트를 받을 수 있었지만 메이저우는 쉽지 않았다. 메이저우시만 해도 인구 350만 명으로 한국에 비하면 대도시지만 중국 지인들의 반응은 지방 소도시, 시골 같은 곳이라 현대 미술 작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메이저우 출신으로 광동성 광저우 미술학원에 재학 중인 작가를 추천 받아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전시를 제안 받았던 3월만 해도 한중 관계가 좋지 않아 전시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꾸릴 수 있을지 염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전시는 잘 진행되었고 초청 작가들과 작품 설치기간 동안 돈독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참여 작가들 모두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가들이었는데 모두들 입을 모았던 것이 팬데믹 동안 봉쇄와 격리 등으로 교류에 대한 갈증이 매우 심했고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모두 기쁘다는 것이었다. 중국과 일본 작가들 대부분 아주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거나 한국 방문이 처음이었지만 음식을 비롯한 한국 문화를 매우 잘 알고 있었던 점이 놀라웠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냐 물었을 때 감자탕, 부대찌개, 짜장면, 김밥 등 우리가 일상 적으로 먹는 음식을 언급했는데 모두들 K-Drama를 통해 보았던 음식이라고 했다. 한국인인 우리는 잘 모르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이야기하면서 모두들 즐겁게 식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30년 동안 ‘동아시아’에 대한 담론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러시아와 거리를 두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신냉전을 공고히 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한국은 정권에 따라 외교적 스탠스가 달라지기에 또 어떻게 국제 관계가 바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만나 함께 평화롭고 조화로운 미래를 상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K-Culture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때 한국의 각 도시들은 한편으로 수월하게 다양한 국제 교류사업을 코로나 이전과는 달리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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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1.03.31 "또 다른 '우리'를 만들기, '동아시아'"

 

풍향계/ 또다른 ‘우리’를 만들기, ‘동아시아’ - 동양일보

[동양일보]90년대 초반 중국이 개방하면서 냉전의 와해와 함께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 블록의 가능성 등을 이야기하는 ‘동아시아’ 담론이 활발히 논의 되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2014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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