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8월 미얀마 양곤 방문 이후 작성한 글입니다. 2024년 4월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코로나 이후 아직 양곤에 가지 못했습니다. 미얀마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미술계 커뮤니티가 아주 공고히 구축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전시와 예술 활동이 매우 활발히 벌어지는 곳이며 자신들만의 양식을 만들고 고수 하는 작가 들이 아주 많습니다.
쿠데타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곧 양곤을 방문하고 최근의 상황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얀마의 예술 공간
“미술의 갈라파고스 미얀마“ 미얀마에 살며 ‘Burmese painting 버마 회화’를 쓴 앤드류 래너드 Andrew Ranard는 미얀마(버마)를 미술의 갈라파고스라 칭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이르게 서양의 회화를 받아 들였지만 이후 오랜 시간 고립된 채 갈라파고스 섬의 동물들이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미얀마의 화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발전시키고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 왔다. 1988년 천안문 사태 같은 민주화 운동이 미얀마에서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 후 1989년 현재 미얀마 군부 정권은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꾸었다. 지금 미얀마 Myanmar는 버마어로 ‘빠르고 강하게’ 라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내게 미얀마에 미술이 있느냐고 묻는다. 루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고 다양한 광물이 풍부한 미얀마는 일찍이 안료가 발달했고 불교라는 신앙과 만나 수많은 벽화를 미얀마 곳곳에 남겨두었다. 드디어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교 3대 성지 바간(Bagan)에는 11세기에 조성된 수천기의 불탑과 벽화들이 여전히 빛을 발하며 남아있다. 그리고 미얀마의 오랜 회화 전통은 근대 서양의 ‘미술 FIne Art’과 만나 그들만의 독자적인 방식과 양식을 만들어 냈다.
나는 충북문화예술포럼 김기현 대표와 상상국악챔버오케스트라 유용성대표와 함께 양곤의 예술공간과 국립양곤예술대학을 방문하여 이후 청주와의 교류를 논의하며 양곤예술대학에서는 유용성 지휘자와 함께 “Real Dialogue”로 칭한 전통음악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이때 몇몇 예술공간을 방문하였고 지면을 통해 그 공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현재 미얀마 회화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스님들이 줄지어 걷는 뒷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마치 속세에 미련을 두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이 그림은 미얀마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대표 작가로 인정하는 민왜웅 Min Wae Aung 작가의 그림이다. 그는 수채화 유화, 아크릴 물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뉴욕타임즈 등 서구의 유력 잡지 등에 소개되면서 많은 구매자들이 생겨나 현재 미얀마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사재를 털어 조성한 공간이 ‘New Treasure Gallery’인데 마치 미술관처럼 미얀마 마스터들의 그림을 소장하며 수시로 미얀마 작가들의 그룹전을 열어 작가들을 후원하는데 동료작가, 후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콜렉팅 하기도 한다. 아웅산 수치 Aung San Sukki 여사가 가택연금을 당한 부촌 골든 밸리에 위치하고 있다. 뉴트레저 갤러리는 현재 한국과도 적극적인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데, 2012년 필자가 방문하여 교류 워크숍을 민왜웅 선생과 함께 주관하여 뉴트레저 갤러리에서 진행하고 2015년, 2017년 한국 미얀마 교류전시가 개최되었다. 2019년 8월에는 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14명이 미얀마 작가들과 함께 북쪽 인레 호수에서 머물며 자연 미술제를 개최하는데 뉴트레저 갤러리가 함께 하고 있다. 뉴트레저 갤러리 바로 옆에는 KZL 스튜디오 갤러리가 있는데 작가 킨조라 Khin Zaw Latt가 아내인 온마르 Ohnmar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30대 후반인 킨조라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일찍이 역사를 바탕으로한 미얀마 현실에 대해 작업하며 미얀마 민중과 어린 아이들을 큰 화면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전시하고 있는데 골든밸리에 간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 중 한 곳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 독재 정권은 민중을 억압하고 외부와 단전시키는 폭정을 시행하였다. 이에 1998년 미얀마 예술가들은 뉴제로아트무브먼트 New Zero Art Movement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검열에 구애 받지 않는 퍼포먼스 아트를 중심으로 예술 운동을 전개하였는데 2009년 이 그룹의 멤버였던 예술가 에이코가 뉴제로 아트 스페이스 New Zero Art Space라는 전시장, 아카이브, 교육 공간을 열고 올해 10년 째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2013년 한국 작가 6명, 미얀마 작가 6명과 함께 한달 간 함께 작업하고 ‘터치 Touch’라는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뉴 제로 아트 스페이스는 세계 굴지의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미얀마 현지의 생생한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디렉터 에이코는 예술가 지망생을 모집하여 직접 교육하고 이들이 예술가로서 살 수 있는 활동 기반을 마련해 주고 해외의 여러 기관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적인 이슈와 미얀마 현실을 작업에 담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더불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모은 책, DVD 등을 소장하여 누구든 접근 가능하도록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 세이야 산 로드 Saya San Road에 몇 개의 예술공간이 있는데 작가 민조Min Zaw와 니엔찬수 NCS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스퀘어 Studio Square, 몇 되지 않는 전문 예술 딜러 코 난 Ko Nan Nwe가 운영하는 라 팃 Lha Thit 갤러리가 활발하게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곤 갤러리, 로카나 갤러리, 오리엔트 갤러리, 리버 갤러리 등 양곤에는 50-60개의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서구 자본이 들어오면서 갤러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미얀마에는 전문 미술관이 없는 상태지만 최근 미얀마 국립 박물관이 리모델링 되면서 미얀마 거장들의 그림과 전통 회화 몇 몇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미얀마는 현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내가 평생 보고 자란 한국의 변화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나는 미얀마 예술가들과 함께 우리가, 한국이 변화하면서 읽어버리고 놓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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