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22년 10월 17일 동양일보 풍향계에 게재한 글입니다. 동양일보 게재 링크는 글 아래에 있습니다.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술의 기본 속성 중 하나인 ‘자기비판’은 끊임없이 스스로 성찰, 비판하며 변화하기에 예술을 정의할 수 없다는 ‘예술 정의 불가론’이라는 이론을 만들어 낸다. 예술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정의가 나오더라도 기존의 것과 다른 형식과 내용의 예술이 새로이 등장하며 예술을 정의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실패하고 만다. 예술은 정의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작품을 제작하는 예술가는 스스로 예술을 정의내리고자 노력하며 자신의 예술을 정립해간다. 작가뿐만 아니라 예술을 다루는 이들,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비평가, 관람자, 콜렉터 또한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며 자신의 기준으로 예술을 감상하고 평가하게 된다. 예술은 정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까?
미술 시장이 활황이라는 기사와 프리즈가 1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던가 어떤 젊은 작가의 작품을 줄을 서서 산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현장에 있는 예술가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이미지, 예술을 통해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을 만들고 다루며 전시해야 한다. 예술가들은 시대와 예술을 잇는 매개자로서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나는 ‘Sensible Reality', 번역하자면 ’감각적 현실‘, ’감각적 진실’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리얼리티를 어떻게 감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오고 있다. 더불어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음’과 같은 문구들이 적혀있는데 나는 예술이 이 사이드 미러 같은 역할을 하며 우리 삶을 되비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작고한 미국의 록가수 미트 로프 Meat Loaf가 이미 ‘Objects in the Rear View Mirror May Appear Closer Than They Are'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불렀고 이 제목으로 나는 183명이 참여하는 전시를 만들기도 했다.
여하튼 예술은 시대를 담는다. 앤디워홀처럼 ’공장Factory'를 만들어 고도화된 자본의 논리와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자본의 허세와 비정함을 작품에 담아 자본주의와 거대 권력을 비꼬고 비판하는 뱅크시의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사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렌조 마틴 Renzo Martens이라는 네덜란드 출신 작가는 아프리카의 빈민촌에서 가난한 이들을 모아 그들의 가난을 자산삼아 그들의 가난한 삶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난한 환경에서 사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돈을 받거나 가난한 동네 투어를 하며 대가를 지급 받는 형식이었다. 자본의 침략성과 온정주의를 교묘하게 이용한 작업으로 실제 아프리카 빈민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기도 했다. 스페인 작가 안토니 문타다스 Antoni Muntadas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베니스 비엔날레에 국가관이 없는 국가의 국기를 걸어 전시하며 예술을 통한 국가주의를 공고히 하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은 너무나 빨리 변화해 왔고 변화해 간다. 몇 달 전에는 NFT가 붐으로 누구나 NFT를 이야기 했고 미술시장을 이야기 하고 연예인 누가 그림을 그리고 전시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광주비엔날레 예산이 100억이 넘을 때가 불과 몇 년 전이었고 대안공간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사라지고 ‘신생공간’이라 칭해지는 젊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가 운영하던 공간이 일제히 문을 열었다가 점차 사라지기도 했다. 비엔날레의 시대는 가고 아트페어가 대세라는 말도 나왔고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에 몸을 사리고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젊은 작가들이 내공을 쌓을 때까지는 전시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 10여 년 전이었다. 예술이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하는 담론을 이야기 하던 때도 불과 얼마 전이고 아티스트 피 등 예술가의 복지를 이야기 하는 일도 불과 몇 년 전이다. 한국의 미술은 그 시작이 식민지와 닿아있고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서구와는 많이 차이가 있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미술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너무나 빨리 변화해 간다. 이러한 변화하는 시대를 몸으로 맞닥뜨리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예술가다. 미트로프가 노래한 것처럼 우리의 삶이 고속도로고 우리의 영혼이 자동차라면 우리의 영혼이 앞으로 나갈 수 해주는 것이 예술이 아닐까. 다시금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기가 오고있다.
동양일보 2022.10.18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대미술에 관하여 About Contemporary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술과 욕망 그리고 돈 (1) | 2024.04.30 |
---|---|
2023년 5월 한국 미술 상황 (0) | 2024.04.15 |
한국 미술시장 활황 (0) | 2024.04.14 |
한국 현대미술의 환급성! (0) | 2024.04.11 |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환경과 예술 (0) | 202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