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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한국 미술 상황

by Rain Spell 2024. 4. 15.

 

 

이글은 2023년 5월 7일 동양일보 풍향계에 게재한 글입니다. 동양일보 게재 링크는 글 아래에 있습니다.

 

2023년 5월 한국 미술 상황

나는 54일부터 57일까지 열리는 아트페어 아트부산에 갤러리로 참여했다. 그리고 부산으로 오기 직전까지 얼마 전 오픈한 광주비엔날레의 폴란드 파빌리온 전시공간 조성, 연출을 맡아 광주에서 작업했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는 코로나 이후 열리는 첫 전시로 그간의 침묵을 깨고 광주비엔날레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된듯하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본 전시 또한 비엔날레관 외 지역 곳곳에 흩어 놓아 관람하기는 쉽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광주 곳곳을 움직이며 볼 수 있도록 했고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인 국가관(파빌리온 Pavil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예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국가관을 두고 마치 경쟁하듯 전시하고 이후 심사위원들이 그 시기 유효한 작품에 상을 주기 때문이다. 베니스 비엔날레와 유사하게 광주 곳곳의 문화 공간을 9개 나라의 국가관으로 꾸며 전시했고 앞으로 점차 그 수와 규모를 늘려 나간다고 한다. 본 전시는 영국 테이트모던의 큐레이터인 이숙경 선생이 감독을 맡아 페미니즘, 혹은 여성들의 삶이 녹아 있는 작품을 바탕으로 전시했다, 전시는 시끄럽지 않고 제목처럼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잔잔하게 펼쳐진다. 혹자 들은 비엔날레 전시의 특징적인 면, 즉 큰 스케일의 실험적 태도의 작품이 잘 보이지 않기에 미술관 기획전시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나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3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 보았는데 이들은 거의 모두 뉴욕과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이미 성공한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간단히 평을 하자면 대형 메이저 갤러리와 작업하는 이미 인정받는 작가들의 시장성을 더 강화시켜 주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16년 스웨덴의 마리아 린드 감독의 전시가 자신의 친구들 작품을 시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전초 작업 같은 느낌이 아주 강했는데 이번 전시는 결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의 활동 반경 안에서만 노출되는 작가들로 구성되어 실제 3국 여성들의 현재 삶을 반영 하는 작품이 맞나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대신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대형 작품과 실험적인 작품을 바탕으로 본 전시보다 더 많은 호평과 관심을 받으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내가 관여한 폴란드 관은 본 전시 오픈 3주 후 시작했는데 폴란드관 큐레이터들은 포스트 아티스틱 어셈블 Post Artistic Assemble’이라는 제목으로 기존의 전시 형태를 벗어나 3일간 워크숍, 스크리닝, 강연 등 다양한 예술적 방식을 보여주는 이벤트식 전시를 기획했다. 국가관에서 자국 작가의 우수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활동 방식, 전시 방식을 제시하는 이들의 태도는 정말 최신의 경향과 업데이트된 담론을 보여주는 비엔날레다웠다.

 

광주비엔날레가 부상하는 건 곧 시장이 기울고 있다는 것과 같다. 언제나 미술시장이 활황일 때는 비엔날레 같은 비상업적인 관공서 미술 행사가 가라앉고 시장이 불황일 때는 비엔날레 같은 비상업적 미술 행사들이 부상했다. 2023아트부산의 미술시장의 불황이 시작되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대형 메이저 갤러리들의 수억 원짜리 작품들은 언제나 그랬듯 지속적으로 판매가 되었지만 중소 갤러리들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은 2021,2022년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판매가 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의 원래 아트부산으로 돌아왔다. 참여한 갤러리들 모두 대체로 코로나 특수는 끝났고 아트부산을 시작으로 키아프 또한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20일부터 23일까지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진행한 더 프리뷰 성수는 3년 전 시작한 중소갤러리들의 젊은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페어로 300만원 이하 저가의 작품을 판매했는데 참여 갤러리들 모두 결과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아트부산, 키아프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중가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 시장은 여느 때와 같이 다시 불황을 맞고 있지만 저가 작품의 수요는 확실히 늘고 있고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볼 수 있는 아주 고가의 작품 시장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비엔날레와 아트부산을 동시에 겪으면서 다시 한국 미술이 어떻게 흘러 갈지를 예상해보고 상상해본다. 불황이 닥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술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고 구매를 하지는 않지만 관람을 목적으로 오는 이들은 4-5년 전보다 1000배는 많아진 듯하다. 결국 이 현상은 수요가 있고 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 빠른 변화 속도를 보이는 나라이기에 또 어떻게 흘러갈지 두고볼 일이다.

 

 

동양일보 2023.05.07 "2023년 5월 미술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