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23년 8월 28일 동양일보 풍향계에 게재한 글입니다. 동양일보 게재 링크는 글 아래에 있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환급성!
바야흐로 가을이 오고 있다. 기후위기와 함께 온 폭우와 폭염은 가슴 아픈 사고를 많이 만들었고 이제 기후위기가 실재(계)임을 몸으로 느끼게 한 여름이었다. 필자가 준비하던 야외 미술 행사는 폭염으로 일정이 세 번이나 변경되기도 했고 여름내 일어난 사고 때문에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 여하튼 이제 환경이 인간을 ‘다시’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건 사고가 많은 2023년 여름이었지만 다시 가을이 오고 있다. 다음 주인 9월 6일 프리즈 아트페어가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와 함께 코엑스에서 시작한다. 미술 잡지들은 프리즈에 참여하는 중소화랑 소개를 마치 광고처럼 지면을 할애하고 있고 여기저기 미술관들과 갤러리들은 프리즈 기간에 맞춰 전시와 파티를 꾸리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아트부산의 부진한 성과와 작년에 비해 20~30% 줄어든 미술품 경매시장의 거래액은 키아프의 성과를 밝게 예측하지만은 않고 있다. 필자의 지인들도 코로나 때 보다 더 힘든 경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하고 치과를 운영하는 친구는 매출이 코로나 때보다 50%가량 줄었다고,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데 이상하게도 언론에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없고 일본 오염수 방류와 야당 대표의 재판, 조국 전장관의 딸 조민, 그리고 묻지마 폭력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만 즐비하다. 시절이 하 수상하기에 이렇게 아픈 사람, 아픈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물가는 코로나 전보다 두 배는 오른 듯 느껴지고 삶은 팍팍해져 가는데 경제가 어렵다고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 이야기하는 이들이 없는 것도 신기한 현상이다. 경기가 안 좋을 때 흔히 ‘하이엔드’라 부르는 고가의 미술 작품은 그 몸값을 더해갔다.
작년 프리즈가 4일 동안 1조 원어치의 미술품을 팔았다고 하는 공공연한 소문이 떠돈다. 1조원은 프리즈조차 기대하지 못했던 성과였을 테고 올해는 그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프리즈 아트페어는 또 다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사실 프리즈 아트페어가 잘되고 못되고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나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과는 상관이 없다. 그나마 조금 상관이 있다면 동료 작가 소수가 참여하는 KIAF인데 많은 이들이 키아프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트부산의 부진과 달리 올해 세 번째로 열린 ‘더 프리뷰 성수’라는 중소 갤러리 55개가 참여한 중저가 아트페어는 많은 관람객과 함께 판매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그에 반해 500만원 이상되는 중가 작품에 대한 시장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시장이 안 좋을 때는 관공서 주도의 비엔날레나 미술관 등 비영리 미술 행사들이 반대 급부적으로 주목을 받거나 더욱 활성화된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적인 평가와 함께 그런 전조를 엿 볼 수 있었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키아프와 프리즈를 찬찬히 살피면서 분석해봐야 하겠지만 작년 프리즈의 성공은 한국 미술계의 상황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하이엔드 마켓에 한국 작가들이 플레이어로서 참여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요즘 우리 동료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환급성이 낮거나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구매 후 수년간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많은 즐거움을 준 작품이지만 이 현대미술 작품은 처분이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주식은 ‘손절’이라도 할 수 있는데 이 그림은 손절하기 위해 작품을 받아 주는 곳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최근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서도 미술작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미술 시장과 미술계는 그 내용과 형식을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으로 변화시켜왔다. 프리즈 아트페어는 한국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면서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갤러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현대미술작가들의 몸값을 띄우기 위해서는 환급성을 보장해주는 2차 마켓, 세컨더리 마켓이 활성화가 시급하다. 작가들의 작품이 팔리기 시작했고 팔린 그림에 대한 가치를 재고할 수 있는 한국의 상황을 반영하는 세컨더리 마켓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기에 방법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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