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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관하여 About Contemporary Art

그림은 어떻게 소유되는가?

by Rain Spell 2024. 4. 2.

 

 

 

그림은 어떻게 소유되는가?

 

예술 작품의 자율성은 어디서 기인할까? 결론적으로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는 예술 작품의 자율성은 기성품이기에 자율성을 가진다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미술은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작되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던 15세기 중반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미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생겨났고 화가들은 수요를 예측해 미리 그렸던 그림을 팔기 시작하면서 미술 시장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주문자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작가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 등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현대 미술은 언제나 시장을 전제로 판매되기에 자율성을 가지며 자본주의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화폐를 교환수단으로 물품을 거래한다. 어떻게 보면 미술 작품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 미술은 돈으로 가치 있는 것을 살 수 있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밑무늬이기도 하고 혹자들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미술 작품의 목적과 소유는 다양한 이유를 가진다. 문자대신 이미지를 수단으로 종교를 포교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했고 권력을 상징하거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전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흑사병이 유럽을 덮친 14세기는 사후세계에 대한 기원의 의미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르네상스를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기존 지배계층인 왕이나 귀족, 교황 등은 사진 대신 자신들의 초상화를 제작해 궁전이나 자신들이 거주하는 집을 장식하기도 했는데 이때 그림들이 걸려있던 회랑을 갤러리Gallery 라고 불렀고 현재는 그림을 파는 곳을 갤러리, 화랑으로 부르고 있다.

 

기존 귀족 계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그림의 소유는 향신료, 도자기 등 동서양의 문물을 교환해 부를 축적했던 신흥 상인, 금융업자들에게 그 전통이 이어지면서 활발히 거래되었고 15세기 중엽에는 벨기에 안트워프 대성당의 성모마리아 시장 같은 미술시장이 생겨나기도 했다. 미술작품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그 재료와 형식의 발전도 필요했는데 교회의 제단화나 벽화 등은 회벽에 계란과 아교, 안료를 섞어 그림을 그리는 프레스코화로 주로 그려졌고 이 프레스코화는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고 대형 작품으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였다. 물론 나무 패널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안료에 기름을 섞어 쓰는 유화의 등장은 작품의 제작 시간을 줄이고 회화의 다양한 기법을 고도화 시키는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었다. 또한 캔버스 천위에 그려지면서 작품은 손쉽게 이동이 가능해졌고 이 이동이 가능한 작품은 결국 거래를 통한 소유의 획기적인 방식이 되었다. 여하튼 미술은 흑사병과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그 상품성을 높여왔고 계급과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던 이 미술은 시장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자들, 즉 다양한 콜렉터를 만나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기 상업적으로 활황이었던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을 지나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 파리로 문화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파리로 모여들었고 다양한 사조들의 실험이 진행되고 모더니즘이 도래하면서 파리는 새로운 미술 시장의 중심이 되었다.

 

세계2차 대전 이후에는 경제, 문화, 외교적 헤게모니를 획득한 미국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면서 인류는 자본주의의 정점을 맛보게 된다. 미국은 1960~70년대부터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 상업주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2차 마켓을 만들며 드디어 미술은 주식, 부동산과 같은 투자, 투기의 대상이 되고 미술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미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진했던 영국 또한 찰스 사치 등 대형 콜렉터, YBA라고 하는 블루칩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1990년대 이후 시장의 규모를 급격하게 키우게 된다. 1990년대 초 개방이후 중국은 2010년 경 G2로 불릴 만큼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자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들이면서 자국의 미술시장 규모를 세계 2위로 끌어올렸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유례없는 활황을 맛보기도 한 한국 미술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후 미술 시장의 침체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20-30년간 한국 미술 상황은 그 어떤 나라보다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규모도 놀라울 만큼 변화했다. 서구 사회처럼 돈이 갈 곳(투자처)을 찾고 있는 상황이 도래 했고 경제적, 문화적 생활수준이 높아진 시민들은 이미지를, 작품을 소유하고픈 욕구를 키워가고 있다. 그렇기에 미술 시장의 불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대미술작품을 소유하는 것은 단순히 작품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대를 이미지로 매개해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이 작업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후원의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지속적인 콜렉팅을 통해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의미는 나아가 투자로 까지 그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더불어 개인적인 의미까지 더해진다면 미술을 소유하는 일은 단순히 상품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선다.

 

당신이 소비하는 것이 바로 당신의 정체성이다’1)라는 말이 있다. 또는 기호는 계급을 반영한다고도 한다. 현대는 취향을 소비하는 시대다. 그림을 소유하는 일은 역사적이며 복잡다단한 의미를 지니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을 드러내는,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행위가 된다. 어떤 그림을 사야 되는가? 답은 없다 그러나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그림을 살 것인지가 정해진다면 몇 가지 선택지 속에서 바운더리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어떻게 소유할지는 결국 구매자인 여러분의 선택이 결정할 일이다. 그럼에도 만약 당신이 어떤 의도든, 크든 작든, 작품을 구매해 집에 걸어 둔다면 아무렇지 않았던 나머지 벽들이 모두 빈 벽이 되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결국 미술작품에 대한 소유는 각자 나름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신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1) 양정무 그림 값의 비밀, p26. 매일경제신문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