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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관하여 About Contemporary Art

2023 동아시아 미술 상황

by Rain Spell 2024. 4. 2.

 

 

동아시아 미술 상황

 

나는 지난 714일부터 813일까지 전주문화재단의 의뢰로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중일 현대미술 교류전을 진행했다. 그 전시를 준비하던 중 5월 초 충북문화재단의 의뢰로 대성로 122번길 예술로 행사도 기획을 하게 되었는데 전주 전시를 준비 하던 중 알게된 일본 교토를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오쿠나카 아키히토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대성로를 예술의 거리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92일과 3일 양일 간 대성로122번길 일대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오쿠나카 아키히토 작가는 다이크로익(무지개빛) 필름과 비닐을 이용한 대형 잍플래터블 inflatable (공기주입식)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로 일본의 시즈오카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한 후 어린이 미술 워크숍 등 어린이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작가였기에 대성로122번길 프로젝트에 적합한 작가라 생각해 청주로 초청을 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는 마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심정이다. 충북문화재단과는 협업 관계로 수익보다는 도민, 시민들에게 좋은 예술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결국 나 혼자만의 기대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차량 통제 하에 작품을 설치하고 도로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했는데 차량 통제가 되지 않아 엄청난 위험을 안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재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 개인의 능력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짚고 가고 싶다. 그럼에도 참여 예술가와 진행요원들의 노력으로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고 함께 수준 높은 공연도 즐길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오사카 교육대학의 요청으로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911일 특강을 진행했다. 그전 99일 교토의 전시 오프닝에 참여해 전주과 청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일본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한데 모인 일본 작가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한국의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었다. 나에게 어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은 결국 많은 일본 예술가들이 일본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해서 특이점은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 대한 놀라운 관심이었다. 이후 교토의 예술 공간들을 둘러 보았고 일본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 한국과는 달리 아주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 실험적인 작품 이지만 작은 작품들은 거래가 되고 있었고 운영자들은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하면서도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더불어 한국과의 교류 또한 원하고 있었다.

 

 

일본 방문 후 바로 다음날 나는 중국 청두로 갔다. 전주 전시 이후 작가에게 보낼 작은 작품을 직접 방문해 건네주기 위함이기도 했고 전주 전시에 참여했던 허공 작가의 제안으로 청두비엔날레 디렉터와의 미팅을 위함이기도 했다. 몸둘 바를 모를 정도의 환대를 받으며 청두의 여러 미술관과 예술가들을 만났다. 대학시절 교과서에서 보던 작가인 창신 Cangxin 작가를 만나 환담과 즐거운 저녁을 함께 하기도 했고 청두비엔날레 디렉터인 뤼펑 LuiPeng 선생을 만나 교류를 약속하기도 했다.

 

 

뤼펑 선생은 중국 20세기 21세기 현대 미술사를 연구하는 학자기도 한데 중국 20세기 미술사를 다룬 한길사에 출판된 번역본과 중국 21세기 미술을 다룬 영어본 책을 선물 받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총칭 방문이 마지막이었던 내게 코로나 이후 청두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나는 주로 청두 남쪽과 서쪽 지역에서 머물렀는데 이곳은 10년 전부터 개발된 지역으로 남쪽 지역 만해도 서울보다 크고 모든 건물이 새로 지어져 예전 중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어딘가 허술하고 빈틈이 있었던 시스템과 풍경 등은 채워졌고 여러 면에서 너무나 달라진 중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 예술가들은 한국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중국내에서 어떻게 인정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몰두 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한국과의 다양한 교류는 원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미술관 갤러리 등의 인프라를 보고는 이 스케일 차이를 어떻게 메꾸며 교류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일주일 내내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은 만나서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여야 하고 그렇게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2030대 초반의 예술가들이 K-드라마와 K-팝을 통해 한국어를 배워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점이 놀라웠다.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고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Rsin Spell

 

 

 

동양일보 2023.09.26 "2023 동아시아 미술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