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21년 3월 3일 동양일보 풍향계에 게재한 글입니다. 동양일보 게재 링크는 글 아래에 있습니다.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환경과 예술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예술가들을 괴롭히는 질문이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변화에도 지속되어야 할 ‘형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지만 생명에 대한 위협은 없었기에 깊이 숙고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예술은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 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그렇기에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나/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읽어도 무방할듯하다.
이상기후로 지구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미국 전역이 한파에 휩싸여 정전사태를 겪고 며칠 전 강원도는 3월임에도 70Cm 눈폭탄을 맞아 차량이 12시간씩 도로에 고립되기도 했다. 2019년과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지역과 호주에서 전례 없는 산불이 발생해 생태계가 초토화되는 현상을 우리는 목도했다.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인류가 배출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남극 빙하는 매년 1550억 톤씩 녹아내렸다.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 질것이라고 전하는 기사들이 수시로 눈에 띈다. 더불어 바다를 떠다니는 수 만 톤의 쓰레기 페트병과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다.
작년부터 지긋지긋하게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기후와 자연생태계 붕괴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인간에 의해 수없이 많은 종들이 멸종하고 개체 수가 줄어들어 갈 곳 없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올 수 밖에 없다는 이론도 존재한다.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의 최적 상태가 깨졌기에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온다는 것이다. 여하튼 현재 인류는 가장 번성했으면서도 그 번성의 대가로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음이 분명하다.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가 오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제 환경, 기후 위기는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유엔UN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결의하고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UN SDGs협회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를 통해 'ESG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국제기준으로 인증, 공표한다. 협회가 수여하는 인증 및 지수 내용은 주요 기업 보고서 및 제품 등에 표기되어 글로벌 지속가능성, 친환경성을 상징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만들게 된다. 앞으로는 이 ESG 지표가 소비의 척도가 되어야 하고,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환경과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힘써야 하고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위기와 더불어 1980년대 이후 진행된 투자금융 중심의 자본주의 발전 모델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이미 애플은 ESG에 집중하며 협력업체들에게 까지 ESG 지표를 강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기업을 따르며 투자자들도 ESG 평가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치를 내건 친환경 정책은 세계 산업계를 술렁이게 했고 이 ESG 지표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 또한 일찌감치 환경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다는 기치의 대지미술이 그랬고 현재의 현대미술가들도 실천하고 있다. 가까이 나와 같이 2018년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서 청주예술의 전당 광장에 버려진 나무로 18미터 높이의 연리지 나무를 만들었던 한석현 작가는 썩어 없어지는 재료와 식물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작품을 고집한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15년 자카르타 비엔날레에서 만난 커다란 플라스틱 쓰레기 덩어리로 만든 ‘천 한 번째의 섬: 가장 지속가능한 섬 (1001st Island-the most sustainable island in archipelago)'으로 인도네시아 작가 티타 살리나(Tita Salina)가 연안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섬이다. 작가는 이 플라스틱 섬을 실제 바다에 띄워 ’섬‘으로 만들고 그 위에 서있는 영상을 함께 전시했는데 이 작품은 내게 우리가 쓰레기와 함께 살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대전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답을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럼에도 다시 ‘예술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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